매포역 - 전형철
갈꽃들 올 찬 솜이불 되어
금강을 보듬는다
눈이 맑은 새 한 마리, 어딘가
둥지 트는 소리 수면 위를 난다
가을 간이역 언저리로 안개를 토해낸 강물은
목이 좁은 여울에서 긴 여행의 피로로 쿨럭댄다
강 건너 산에 업힌 초가 몇 채는 벌써
포대기에 싸여 잠들고 있다
불빛 두어 개가 떨리고
섬돌 위에 가지런한 신발들이
저희끼리 얼굴을 부빈다
새벽의 끄트머리, 강물은 또 가을별처럼
살얼음이 박히고
작은 둠벙가 잠시 쉬었다가
다시 떠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