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가지처럼 - 김미정
우리는
서로를 찌르지
눈동자로 쏟아지는
설탕가루 같은 하루가 시작되면
구멍 난 상처마다 별들이 돋아나지
별들의 암호는 더 예민하고 날카로워지지
우리는 나뭇가지처럼
말없이 뒤로 걷는 그림자가 되어
뿌리로부터 점점 더 멀어졌던가
우린 더 대담해지기 위해 손가락을 펼치지
길어진 빗방울 사이를 떠도는 젖은 떨림들
날마다 조금씩 절뚝거리며
이제 누군가의 발자국을 따라가지 않아
흔들리는 레이스 커튼을 사이에 두고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해 메아리를 울리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때론 낯선 돌멩이처럼 씩씩해지지
또 다른 날들이 조용히 지나가길 숨죽여 기다리지
세상의 뿌리들이 지구를 감고 도는 밤
검은 물이 고여 있는 웅덩이를 지나
뾰족한 손끝으로 탱탱한 어둠을 찌르면
서로가 잠깐 반짝이기도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