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원이 던진 낚시줄 - 김금용
오 백 년 전 굴원이 던진 낚시 줄에
올해도 어김없이 고단한 고기 하나 엮였다
비늘도 부레도 많이 상해서
꼬리조차 허연 반점이 나버린 늙은 할멈이
단오절 아침, 굴원이 띄운 배에 올라타고 하늘길 나섰다
어금니 치료를 잘못해서 눈을 위로만 치켜뜨면서도
중풍으로 거동이 불편한 할아버지의
애꿎은 울화를 수십 년 받아주더니
습기 가득한 유월 단오절에 냅다 떠나셨다
언제 찾아올지 모를 손자들 위해
한 솥 끓여 놓은 만두를 소반에 벌여놓은 채
형주성 할머니는 작은 키를 더 조그맣게 웅크리고
장강에 띄운 용주를 타고 떠났다
먹구름까지 양 팔을 벌려 감싸 안아갔다
고이 춤에서 삐져나온 속옷자락이
누런 지린내를 풍기는 줄도 모르고
오른 팔이 덩달아 의식 없이 흔들리는지도 모르고
삼일장 내내 할아버지는 조문객들에게
마룻바닥을 두들기며 역정을 낸다
고얀 할멈이라고,
굴원이 던진 낚시 줄을 할멈이 먼저 낚아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