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아홉 - 채선
처음부터 그녀는 서른아홉
오늘은 색색으로 포장된 솜사탕 같은 날
지난 해 오늘 그녀는 서른아홉이 되었지요, 그러니까
올해엔 서른아홉
맞아요. 그녀는 서른아홉
그해에 그녈 보았지요, 서른아홉
서른아홉의 몸에 돋친 날개와
서른아홉의 루머,
거듭되는 서른아홉의 여름
왜 항상 서른아홉일까 묻지는 않았죠
처음부터 그녀는
서른아홉이었다는 걸 알 수 있었으니까요.
나는 서른아홉 살짜리 아이를 위한 선물을 준비하죠.
바다에 들러 선인장을 사요. 또
지느러미 달린 서른아홉 개의 풍선을 사죠. 정말
그녀는 내가 바다에 다녀온 줄 알아요.
나는 두렵지요, 어느 날 문득
그녀가 제 몸의 날개를 뽑아버리면 어떡하나
바다에는 선인장이 없다고
터져버린 풍선은 가짜였다고
오늘은 다시
그녀의 서른아홉 번째 생일
그녀는 알까요? 서른아홉 번이나
서른아홉 개의 풍선이 터지는 동안
구름모자를 쓴 나 혼자 여기서 다 늙어버렸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