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어라 기타줄 - 김태정
가진 것이라곤 달랑 깡통밖에 없던 그가, 무전취식에 문전걸식에
다리밑 인생인 그가, 공중변소 안에 웅크려 앉아 빵을 뜯어먹던 그
가 사회정화의 몽둥이로 밑바닥을 일망타진하던 짭새들에게 끌려
갔다는 이야기 한 대목.
저거이 사람이냐 저거이 사내냐 니는 워디서 왔다 워디로 가는
인생이간디 뭐 묵고 헐 지랄이 없어서 노다지 동냥질이냐 동냥질이.
도대체 저 인생은 뭣으로 산다냐 왜 산다냐.
하며 짭새들이 밟아댔다는데 갑자기 그가 웃통을 훌떡 벗어젖혀
순간, 어리둥절하며 할말을 잃은 광주의 어느 뒷골목. 팽팽한 기타
줄처럼 쟁쟁한 긴장감이 감돌았다는데, 포획당한 짐승의 눈빛은 솟
구치는 쇳물꽃만 같았다는데…… 기타 치는 폼으로 기타줄 고르듯
그가 제 갈비뼈를 뜯으며 멋들어지게 뽑아댄 눈물의 십팔번이라는
것이
나앛서어얼으은 타햐아앙에에에서어 그으나알 바암 그으 처어녀
어어가아 웨엔이이일이이인지이 나아르을 나아아르을 모옷이이이잊
게에 하아아아네에 기타아아아 주우울에에 시일으은 사아라앙 뜨으
내애애기이 사아라아앙 우울어어어라아 추우어어억의 나아의 기이
이타아아여어
구절양장 산길을 타듯 솟구쳤다 사라지고 사라졌다 솟구치는, 굽
이굽이 강물이 흐르듯 무심한 듯 유정하고 유정한 듯 무심한, 유장한
목청 하나로 세상과 맞장을 떴다는데, 그의 기타줄도 그렇게 울었다
는데
뭐 땀시 뭔 낙으로 사느냐고?
누더기 속에 감춰진 앙상한 갈비뼈… 구절양장 그의 오장육부와
사라졌다 솟구치고 솟구치다 사라지는 그의 생애와 무심한 듯 유정
하고 유정한 듯 무심함 그의 사랑을 지탱해주는, 가래침 같은 모멸과
치욕과 증오를 다스리게 해주는, 아무도 모를 그의 직립의 비밀은
거기 있었다는, 흘러간 팔십년대 신파극 한 대목은 그렇게 막을 내
렸다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