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 전순영
- 안중근
하얼빈 역 플랫폼에는 흰 타일로 세모와 네모가 새겨져 있다 세모는 안중근 총알이 날아간 곳.
네모는 이토가 쓰러진 곳이다. 1909년 10월 26일 그 날이 지금 벌떡 일어나 여기, 여기라고 외치
고 있다
동인과 서인, 노론과 남인, 그 후예들이 당파싸움으로 날 새는 줄 모를 때,일본이 쳐들어와 군대
를 해산하자 안중근은 지축을 흔드는 軍馬가되어 이토를 향해 달려 나갔다. 의병대장으로 싸우다
쫓기며 굶주리며 맨발로 러시아 땅에 이르렀다.그는 손가락을 잘라 대한독립을 써서 가슴에 품고,
귀빈열파가 하얼빈 역으로 들어오자 주머니 속 권총을 뽑아 하늘에 빌며 이토를 향해 방아쇠를 힘
껏 당겼다.
일본 검찰 앞에선 안중근의 입에서 천둥이 내려피듯 이토가 명성황후를 삼키고 조선 황재를 짓밟
고, 조선을 꿀꺽 삼켜버리자 五臟이 툭 터뎌버렸으므로 나를 만국공법에 처리하도록 하라. 방청 중
이던 러시아. 중국. 일본 재판부가 눈이 휘둥그레 쳐다보니 안중근이 인도 간디, 중국 쑨원,, 마오쩌
등과 나란히 서 있었다.
백년 전 뤼순감옥 안중근의 독방에는 한국어, 중국어, 영어, 일본어로 그날의 거사가 그려져 있고,
안중근이 쓰던 붓과 먹, 종이와 책상, 의자, 침구가 놓여 있다. "爲國獻身 軍人本分" 국가를 위해 몸을
바치는 것은 군인의 본본 이라고 쓴 유묵이 삼각산 비봉에 올라선 숫사자의 서릿발 같은 눈빛이다.
1909년 10월 26일 오전 아홉시, 3발의 총성은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신간회, 광주학생운동,
윤봉길. 이봉창 의거. 해외 독린군으로 번지는 민족의 횃불이었다.
뮤지컬 "영웅" 은 100년 전 안중근의 독방이 펼져지고 추적추적 내리단 그날의 빗소리가 들려온다.
어머니 하얀 말씀 (만인의 원수를 갚았으니 죽음을 택하라)을 입고, 죽음이 똑각또각 걸어오는데 붓에
다 먹을 듬뿍 찍어 "이 목숨 즐겨 바치노라" 안중근 목에 밧줄이 걸리고 덜커덕, 안개 자욱한 자작나무
숲 잿빛 시간이 멈춰버린 그날의 함성이 지금 4700만 가슴속에서 활화산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2010년 봄
-안중근 의사 순국 100주기 추모특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