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과 길을 위한 주례사 - 수피아
강변을 따라가고 있었어.
풀과 나무 잎새의 계절을 읽으며
그와 나란한 생을 가고 있었어.
예고 없이 내리는 폭우를 잘 견디리라.
수면은 깊게 빠르게 흘렀어 그럴 때마다
흔들 흔들리는 신문, 경제면에 예민한
우리가 타인의 불행을 돌보며 어루만지게 되는
방천(防川)은 수해의 고비마다 상처를 가질 수 있었어.
긴 둑에 허물어져 있는 뿌루퉁한 은혜들.
그가 내 입술에 걸려 넘어져
제기랄 돌부리, 거친 푸념을 했지만
졸지에 엎어져 나와 달콤한 키스를 맛본다는 것.
인생이 별건가? 나는 강을 따라가고 있었어.
검은머리 파뿌리가 될 때까지 백년해로를 언약했어.
백 년의 폭염을 증명하려고 강은 가장 잔인하게 말라갔어.
가능하다면 밑바닥까지 차지한 사랑을 보여주리라.
자락자락 갈라져 피 한 방울까지 가물리라.
구덩이에 묻히는 날까지 끝까지 걸어가다가
밤하늘 환한 구덩이에 이르러 소원을 빌리라.
우리 사랑 영원하기를…… 강변을 따라가고 있었어.
저기 봐, 서걱이며 한 계절을 겪어내고
몸 비벼대는 억새풀 그림자
휘어지는 길처럼 강물에 굴절되는 언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