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복사되고 있어 - 최정애
거울 속에서 내 입이 바람을 피우고 있어 안개를 피우고 있어 비가
되어 흐르는 나는 물이야 한 번도 젖은 적이 없는, 나를 적시는 눈물
이야
내 생각으로 말하는 너를 보면 가증해 방문이 닫히고 있어 나를 볼
수 없어 어둠 때문이야 모빌이 사라지고 있어 내 왼손이 네 오른손에
서 자라나고 있기 때문이야 오늘도 계속
시간이 반복되는 거야 너는 내가 되지 못하고 언제나 내 속성을 뺏
기만 해 다행이야 나를 뺏기만 하는 거야 동일한 반복은 습관성이지
아니야 유전성일 거야
그 환한 거울을 부수고 싶어 너에게로 들어가 나를 꺼내고 싶어 네
속에 박힌 내 생각을 꺼낼 수 없는 것처럼 거울에서 내 그림자를 해체
하지 못하는, 벽의 뼈대 속에서 나는
고민할 필요는 없어 터질 듯한 거울을 내가 부술 것인지 네가 부술
것인지 눈만 뜨면 초조한 우리는 동시에 부서지고 있어
나에게 다가오는 너의 목소리, 너를 바라보는 내 생각이 오늘도 너
를 회전시키고 있어 안개 속에서 나를 복사하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