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에 대하여 - 양문규
올해 처음으로 피어난 꽃들에 대하여
아름답다 말하지 말자
봄날로부터 가을에 해거름까지
우리들이 발을 붙이고 있는
이 땅의 어디에서나 피어있을
그 꽃들을 함부로 얘기하지 말자
그리움과 사랑 같은
혹은 순수나 빛깔 따위
마음을 치장하는 너울이 아님을
가지마다 흐트러지는 잎의 하나하나에
말 못할 아픔 베올로 짜여 있음을
우리 얘기하지 말자
묏등 가에 서 있는 들꽃 한 송이
멀리서 그저 바라보는 즐거움으로
아니, 이 땅의 주름진 하늘 끝에 닿아
되돌려지는 메아리로
누구나 꽃밭에서 생각하던
통곡하다 떠나간 거리의 한 모퉁이
들꽃에 대하여도
우리 말하지 말자
결코 아름답다 얘기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