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도하가 - 서상영
― 사랑가
우리가 사랑하지 않으면, 뭘 하겠는가
이 높낮이 없는 시간 앞에서
풀어내도 풀어내도 허허한 숨결 앞에서
우리가 사랑하지 않으면, 뭘 하겠는가
法德
경전 다 보고 난 심심함 앞에서
우리가 사랑하지 않으면, 뭘 어쩌겠는가
신의 장난으로 태어난 우리는
온갖 억측
幽明의 아첨으로 구원을 바랐으나
떨쳐도 떨쳐도 달라붙는 허무 앞에서
인간이란 서러운 이름 앞에서
우리가 사랑하지 않으면, 뭘 하겠는가
너의 얼굴을 안타까이 바라보며 읊는다
생이 한바탕 노래라면 목을 놓고
생이 한바탕 춤이라면 몸을 놓고
생이 한바탕 꿈이라면 넋을 놓고
구만리 창공
구만리 斷崖
아, 蠻蠻*이 날듯
우리가 사랑하지 않으면, 뭘 하겠는가
너의 혀에 숨을 적시면
강령의 뿌리가 벌떡 일어서고
너의 가슴에 얼굴을 묻으면
내 피가 탄다, 그렇게 사랑은
피를 태워 목숨을 밝히우는 등불
우리가 사랑하지 않으면, 뭘 어쩌겠는가
* (만만)蠻蠻 : 비익조(比翼鳥)라고도 한다.
청적색의 빛깔이며 나란히 붙어 있지 않으면
날지 못한다. ― 산해경(山海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