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시아꽃이 져요, 아버지 - 황희순
버스가 시내를 빠져나가고 있었어요 노인을 훔켜쥔 보퉁이가 번쩍, 차를 세우네요
방향 잃고 헤매던 나도 끼익, 멈췄어요 보퉁이가 노인을 질질 끌고 올라와요 노인이
비틀거리며 보퉁이를 걷어차요 할아버지, 여긴 서는 데가 아녀요! 운전기사가 핀잔
을 해요 나동그라진 보퉁이가 다시 노인을 훔켜잡아요 비어져 나온 어린 배추잎이
희죽 웃어요 따라 웃을 수도 울 수도 없어요 황사바람이 몰려와요 눈앞이 뿌옇게 흐
려져요 쪼글쪼글한 저 보퉁이 속엔 또 무엇이 들었을까요 무엇이 들어 있길래 내 뱃
속이 이렇게 덜컹거릴까요 뒤따르던 트럭이 먼지를 일으키며 잽싸게 추월해요,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