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항에서 - 조명
해풍이 골목을 빈둥대는 오후. 몸을 빌려주는 어린 여자의 침실
에서 기어나온 사내가 '악마의 유혹'이라는 이름의 캔커피를 들고
사창의 품을 빠져나온다. 국물이 마르는 쓰레기 자루 곁에서, 도둑
괭이가 한쪽 눈을 벌렸다가 그냥 덮는다. 질척이는 선창을 돌아나
올 때엔, 생업의 화칼로 정갈한 살점만 저며내는 여인들 옆에서, 너
덜너덜한 내장과 대가리를 구걸하는 갈매기들의 평화도 있었다. 눈
물의 가락이 질기게도 어울리는 선술집 쪽뜰, 벌레먹은 다알리아꽃
씨방 속으로, 호박벌 한 마리 땀 흘리며 꿀관을 들이밀고 있다. 선
술집에서 내다보는 사내의 흐리멍텅한 눈에, 조용조용 흔들리는 배
들의 정박. 너무 오래되었다. 밤새 거품에 취한 사내가 어머니의 태
를 찾아 사창의 궁으로 돌아갈 때, 성당에서 새벽기도를 마치고 돌
아오는 늙은 포주 왈, "탯줄을 끊을 때가 되았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