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소리 - 위선환
襄陽의, 法水峙로 더듬어 들어가는 골짝에 가면 너왓장 틈새로 하늘이 바라 뵈는
한 찻집이 있다
몸집 큰 개를 가리키며 물었더니 이미 주인과 손님을 나누어 보지 않았다 하고, 또 대답하기를
짖는 짓도 그만 두었다 한다
개 짖는 소리마저 그친 골짝은 오직
적막했을 것이다 이따금씩 쩌르렁, 저 혼자 울었을 것이다
잔 이슬이 내리고 젖어서 척척해졌다가는
어느 새인지 마르곤 했을, 젖으면서 마르면서 조금씩 야위었을
이 골짝에, 아직은
시름이 골 깊을 것이다 와서, 못 떠나고 머무는 이유다 약도 못 쓰고 며칠째 앓는다
개는 맨 먼저 눈을 감았고
주둥이를 잠갔고
들을 일 없다, 귀를 덮었다
허리를 길게 늘여 땅바닥에 깔고는 앞발을 모아서 턱을 얹었다
그리고는, 내내 조용하다
갈참나무 몇 그루가 헐벗더니 마당에 묵은 잎이 한 불 깔린다 내다보며 찻잔을 비운 뒤에
개에게로 걸어가서
개의 눈가죽을 연다 텅,
눈 속이 비었다
그동안 버려둔 주둥이 속과 귓속 사정은 또 어떨는지
이빨들은 넘어져서 나뒹굴고 귀청은 찢겨서 널려 있고...., 그렇게 휑하지 않겠는지
낱낱이 받아 쓴 글귀 한 줄을 접어서, 품는다
뒷산 그림자가 처마 끝을 덮었다 설핏하게 햇살이 얇아졌는데 두 번을 더 불러도 안 들리는 듯
주인은, 사립 밖 멀리까지 길을 쓸고 있다
양양의,
외지고 좁고 여러 번 막히더니 겨우 트인 골짝 안에, 길을 가다 쉬다 그만 아랫몸을 부린 듯이
한 찻집이 주저앉아 있다
앞 뒷산이 그늘을 겹쳐서 금방 어둡고 급하게 땅거미가 내려서 골바닥에 누운 굵은 돌들이 검어질 때
굽으며 깊어지며 한 번 더 굽는 골짝을 따라 서너 구비 더 굽어 들어간 거기 어디쯤에서
컹,
컹,
개가 짖는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