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기 어렵다, 나는 - 채선
기차를 끌고……
먼길을 왔다.
날숨만 길게 내뿜는 기차는
마른 기침 같은 풍경 속을 빠져나간다.
풍경이 사라지는 곳이 방향의 중심이다.
중심을 잃을 때마다
깜.박.깜.박
정류장마다 사람을 내려놓으며
기차는 무거워져 갔다.
(그 이유를 나는 모른다)
나무들이 일제히
달려드는 풍경 속으로 쓰러진다.
몸을 불리며 춤추던 나무들의 방향에서는
파편 같은 꽃송이들이
떨어지다 날리고 흩어지고 짓이겨져서
기차는 좀처럼
소용돌이를 멈추지, 못한다.
모든 방향이 뒤틀리고
끊어져버리고 달아나버리고……는
한 점으로 엉켜버린다.
방향은 모두 사라졌다.
나무들이 향해야 할 곳은 온통 뿌옇고 그 향방을 알 수 없어
최후가 위험하다.
그러므로 말하기 어렵다, 나는
기차에 대하여
나무에 대하여
방향에 대하여
그 최후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