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지프스의 기도 - 이문연
神이시여, 죽을 힘을 다해
바위를 꼭대기로 밀어 올리건만.
다시 굴러 떨어질 것을 뻔히 알면서도
끝없이 반복해야 하는
이 어리석은 자를 긍휼이 여기시고
단지 괘씸하다는 이유로
영겁의 형벌을 내리고
신들의 눈에 들지않는다 해서
인간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그들을 벌해 주소서
측량할 길 없는 시간과 싸우면서
끝없이 되풀이해야 하는
비생산적인 곳에
시간을 소모케 하지마시고
누구나 그들을 믿고 따라갈 수 있도록
인간과 신들이 얼굴을 마주하는
화합의 장을 펼쳐주시고
잡신들에게는 패러다임이 바뀌었음을
만천하에 공표하여
다시는 이런 변태적 군림이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따끔하게 일러 주소서
부정을 밥먹듯하는 제우스신은
중벌을 내려 주시고
잔인하기 이를 데 없는 아레스신은 족쇄를 채워
명계(冥界)의 왕 하데스와
무간지옥의 고통을 알게 해 주소서
인간도 물욕에 눈이 어두워
영혼을 팔아 성채를 쌓아가는 어리석은 짓들을
더는 못하도록 혼내 주시고
이번 계기로 조율 한번 확실하게 해주시어
누구나 공정한 게임을 할 수 있도록
기름지고 맑은 세상 만들어 주시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