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집이 탄다, 숙아 - 이명윤
뜬다, 뱃살 많이 나왔다며
복대 차고 다니던 열여섯 숙아 뜬다
방파제에 모인 사람들
달집에 기름 뿌리고 각목 집어 드니 바다
데굴데굴 몸 뒤척이고 넘실넘실 뜬다 방글방글 뜬다
숨이 턱턱 막혔던 얼굴
불러도 불러도 대답 없던 아기가 뜬다
막걸리 든 사람들 웃음이 허옇게 흘러내리고
쩌윽 쩍 찢어 드는 붉은 김치 가랑이 사이로 뜬다
둥글게 솟은 그것이
살인지 달인지도 몰랐던 철부지 숙아
애비도 모르고 이름도 못 짓고 덜컥 피었다 졌으니
달이 맞다 숙아
마침내 불을 놓으니 하늘 길목이 휘청거리고
아야 아야 우리 아기 대나무 끝을 붙잡는데
이것 놓아라 이것 놓아라
대나무 귀신이 아우성치고 뜬다 울며불며 뜬다
틱, 틱, 틱, 바람이 불고
귀신들 숨이 막혀 쿨럭쿨럭 팔 저으며
아 무서버라, 아 무서버라, 도망을 가니
꽹과리 소리 장구 소리 갯바람 흔들고
숙아, 이쁜 아기 좋은 곳 간다 덩실덩실 간다
울며불며 간다,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