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퉁이 - 박제영
떠나는 것들은 모두 모퉁이를 돌아서 갔다
첫(사랑)도 가출한 (아내)도 죽은 (할머니)도
저 모퉁이를 돌아 떠나갔다
그러나 어쩌랴
떠난 것들이 돌아 오는 것도 저 모퉁이인 것을
술 취한 (아버지)가 비틀거리면서도 매일 저 모퉁이를 돌아 왔듯이 월남에서 죽었다던 (삼촌)도 저 모퉁이를 돌아 왔듯이
사는 일이 사막을 견디는 일이라면
모퉁이는 사막 위에 세워진 간이역
(슬픔)도 (기쁨)도 (희망)도 (절망)도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 덤덤히
모퉁이를 돌아 가고 오는 것
(나)는 오늘도 모퉁이를 돌고 있다
떠나고 있는 것인지 돌아가고 있는 것인지
그게 무슨 상관이랴
(누군가) 모퉁이에 서 있다
배웅나온 것인지 마중나온 것인지
그게 무슨 상관이랴
( )안을 무엇으로 채운들 또한 무슨 상관이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