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의 하늘에도 어둠은 있다 - 오세영
_그릇39
내가 원고지의 빈칸에
ㄱ,ㄴ,ㄷ,ㄹ …
글자를 뿌리듯
神은 밤하늘에
별들을 뿌린다.
빈 공간은 왜 두려운 것일까.
절대의 허무를
빛으로 메꾸려는 저, 神의
공간,
그러나 나는 그것을
말씀으로 채우려 한다.
내가 원고지의 빈칸에
ㄱ,ㄴ,ㄷ,ㄹ … 글자를 뿌릴 때
지상에 떨어지는 씨앗들은
꽃이 되고 풀이 되고 또
나무가 되지만
언제인가 그들 또한
빈 공간으로 되돌아간다.
나와 너의 먼 거리에서
유성의 불꽃으로 소멸하는
언어,
빛이 있으므로 神의 하늘에도
어둠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