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두 - 최명란
비오는 날 우산도 없이
당신은 백년쯤 묵었을 쓸쓸한 어깨로 뒷골목 곱창구이집 미닫이문에 기댑니다
곱창 대창 막창 돼지껍데기, 부위별로 팝니다
당신이 주문한 안주는 돼지껍데기 2인분
가로 3센티 세로 3센티 사각으로 썬 돼지껍데기에 유두 두 알이 붙어있습니다
뜨거운 불판 위의 껍데기가 수축할수록 탱탱 더 동글어지는 어린 유두 두알
분명 한 번도 물려보지 않은 젖꼭집니다
물리는 게 젖꼭지야
불길이 솟구치는 사이에서 꼼짝없는 자리를 지키고 노릇하게 익어가며 허기진
당신의 입에 젖꼭지를 물립니다.
그렇다고 그걸 콩가루 초고추장에 꾹 찍어 짜글짜글 씹어 먹을까
술은 처음처럼 한 병
처음처럼 소주는 처음처럼 빨아 마십니다
당신은 쪽쪽 빨아 마시는 버릇이 있습니다
지상에 태어나 처음처럼 빨아 마셨던 엄마의 유두처럼 반복해서 쪽쪽
유두든 소주든 빨아 마시기만 하면 목울대가 찌르르 조이는 건 마찬가집니다
이 땅엔 유두 수가 너무 많고 유두간의 거리는 너무 멉니다
쇠젓가락으로 꾹꾹 유두를 누릅니다
요리조리 뒤집으며 기름을 빼고 물기도 빼고 완숙 때까지 꾹꾹
목숨 있는 것들엔 저마다 비릿한 물기가 있습니다
유두 끝엔 생명이 매달립니다.
다시 물큰, 살아나는 돼지 한 마리 또는 두 마리 혹은 세 마리…
밖엔 계속 빗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