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카라지 모래바람’ 부분 - 김형오(1943~ )
속살 뿌옇게 열어놓고
알카라지 모래마다 칼을 세워
시뻘건 바람으로 달려오렴
하늘과 땅도 약대 겨드랑에 숨다
예쁨이 여물다가
옆에서 미움도 자라
눈 가려 눈 흘김
이빨로 입 막아 깊을 일까지
매 맞아 때 씻김이여
‘알카라지’는 사우디아라비아 안쪽 조그만 마을 이름이라고 한다. 하늘과 땅조차 바람에 흐트러지는 곳이 사막이다. 조용헌은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고, 혼자 있어도 무섭지 않은 독존의식(獨存意識)의 절정을 누릴 수 있는 곳”이 사막이라 했다. 지나온 길이 보이고, 다가올 길이 보이는 곳이다. 이곳에서 ‘예쁨’과 ‘미움’도 결국 ‘씻김’에 도달한다. 거듭난 삶, 중생(重生)에 이른다. 독존의식에 도달한 자는 자유인이다. <박찬일·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