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 기침소리 1 - 김석준 (1964~ )
지금은 새벽 두시
한 편의 불후 명작을 쓰기 위해
밤을 새우고 있다
머리에 떠오른 절묘한 한 구절의 어휘
잔기침이 몇 번 들리더니
이내 가래 끓는 소리가 그렁그렁 난다
외할머니가 그러셨던 것처럼
어머니는 해소를 앓고 계신다
곤한 잠을 주무시다
터진 기침에 잠드시지 못하는 어머니
외손자들 성화에 늘어난 흰 머리
깊게 패인 주름
나이 사십이 되도록 장가못간 아들 걱정이
기침을 키우셨나보다
앞니 다 빠지셔도 병원 한 번 안가시고
무릎에 물이 차도
파스 한 장이면 그만이신 어머니
내 머리 속에 떠오른 한 구절의 아름다운 시는
어머니의 거친 기침 소리에 박자를 맞추어
춤추고 노래하고 있다
산산이 흩어지고 있다
원심력은 규칙·규율·규범들을 위반하려는 힘이다. 구심력은 그 반대이고. 구심력 리스트의 영순위에 ‘가족’이 있다.
‘불후 명작’은 원심력과 관계 있다. 보통 불후의 명작은 규칙·규율·규범들을 위반하면서 태어난다. 조금 물러서서, 불후의 명작은 원심력과 구심력의 갈등에서 생겨난다고 말할 수 있다. 규칙·규율·규범을 지키려는 것이 구심력이다. 구심력 중 으뜸이 ‘어머니’다. ‘어머니’를 위반하기란 힘들다. 어머니의 말씀을 위반하기란 힘들다. 김석준이 ‘밤을 새우는’ 것은 불후의 명작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머니의 ‘기침소리’ 때문이기도 하다. <박찬일·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