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예서(隸書) - 진상순
9월의 마로니로부터
포개어 오는 시련의 아픔들
그 속을 유리알처럼 내 본 양
책갈피 한 잎 들고
내 뜰 안에 서성이는 찬연한 미소
허공을 짚어
바람의 무게를 아느냐 묻는다.
가진 것 없이 돌아보다
화난 성벽에 부딪쳐
낙차(落差)로 떨어질라면
어지러움을 쓸어 가는
성근 바람*의 미덕을 보라 한다.
천상의 뜬구름이 갈 곳을 잃어
눈물로 쏟아 내리면
하늘은 청잣빛으로 열리고
대지는 작은 생명들로부터
어느 순간 찰랑임을 보라 한다.
*성근 바람 : 착실함. 부지런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