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 장윤태
당신은
아무리 거센 비바람 불어 와도
끄덕없이
마을을 지키고 서 있는
동구 밖 큰 당산나무
당신은
아무리 세찬 눈보라 몰아쳐도
변함 없이
마을을 지키고 누워 있는
뒷산 큰바위얼굴
또한 당신은
크고 작은 냇물을 다 아우르며
소리 없이
서해로 흘러 가는 큰 강물
아, 그러나 나는
가는 바람에도 흔들리는 갈대
무심코 스쳐 지나갈 소리에도
붉으락푸르락 얼굴 붉히며
비가 그치고 나면
쉽게 그 속을 드러내고야마는
이, 나는 실개울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