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기 연습 - 윤석호
수첩에서 이름과
전화번호를 지운다.
틀린 번호
소식이 끊긴 번호
이미 타계하여 고인이 된 번호
지우고 또 지운다.
살아 있어도
이기심 탐욕으로
벌겋게 충혈된 눈망울은
가슴에서, 기억의 창에서
밀어 내고, 밀어 낸다.
20세기 성녀
테레사 수녀의 뼈와 가죽만 남은
기도의 손이 아니더라도
미운 오리새끼의 눈망울은
되지 말아야지.
그 어느 날
우주의 섭리 마치는 날
당신의 기억의 창에서 지워지겠지.
그리고 밤 하늘엔
성긴 별 하나
다시 태어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