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게 흔들리는 서해안 열차 - 崔元圭
1.
나는 한 잎 풀잎처럼 흔들리며 쏠리고 있다
아주 편안하게 창 밖의 풍물과 자유를 본다
푸른 숲 푸른 잎 속의 푸른 벌레처럼
하늘 속의 새처럼 몸을 맡긴 채
두 철길에 온몸을 붙인다
서쪽 바다를 끼고 아직도 기름띠가 가시지 않아
먹구름 박힌 바위들은 아우성친다
비리고 짠 사람 냄새 바다 냄새 독하다
대천행 열차 속엔
젓갈이 오래 묵어 곰삭은
너무 오래 곰삭아 구멍 뚫린 가슴
다시 소생하고 부활한
비린 무지개가 걸려 있다.
2.
멀리 보이는 무인도 그 너머
파도처럼 땅이 흘들리면 산이 흔들리고
목숨이 흔들리고 사랑이 흔들리며
밥 먹다가 자다가 깊은 곳에 묻히는가
기억하고 싶은 것들이 채곡채곡 머리에 올라간다
오늘 같은 지난날 서천을 지날 때
목월(木月)은 막동리 혼사에 주례 서시고
덜컥덜컥 숨가쁜 열차가 고개를 오를수록
진우(塵宇)의 눌변은 더해만 갔다
마침내 문구(文求)의 몽금포타령도
바닷가 솔밭 사이로 숨어 버린다
그들은 가고 없지만
창 밖의 구름은 남아 있는가
온통 조개구이 냄새로 가득한
비리고 구수한 정겨운 안개가 흐르고 있다
열차는 잔기침과 숨을 몰아쉬며
나와 한 몸이 되어 목적 없는
목적을 향해 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