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겨울 바다에서 - 홍경흠
검은 바다가 썰물로 지는데
파도 소리도 들리지 않는 수평선
고요를 깨뜨리는
어부의 눈가에서 굴러떨어지는 눈물 줄기
밀려온 기름 떼에 파묻히다가
웅성거리는 횃불로 힘겹게 일어나지만
폐허의 터전
하염없이 뒤척이는 공포는
어쩔 수 없는 하루하루에 발가벗기고
가던 길 가려고 해도
눈가에 박혀 있던 길은 사라지고
멈칫하는 사이
지나온 길마저 아득아득해, 되돌아갈 수도 없어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는 검은 바닷가에서
오스스 떨다가 바라보는 죽음의 공간
그래도 뭔가를 찾아야 한다는 지난날의 기억에 쫓겨
온몸으로 어둠을 걷어 내는데
낮말만 어렴풋이 미소를 흘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