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양(夕陽)의 손 - 김정원
적막한 오후의 햇살이 내 곁에 와 앉는다
겨울 창가
가만히 내려다본 손
푸르렀던 세월의 엽맥(葉脈)이
뼈뿌리마저 드러낸 박쥐 날개 같기도
돌멩이 쓸쓸한 잔등 같기도
언젠가 복숭아꽃 만개한 날
손목 잡아 주던 그 설레임 아직도
봄 시냇물 소리 그대론데
천만 시름 뒤로
평생 해와 달 별에 심은 꿈이
무엇이어서,
피땀으로 기어오르던 거기
드높은 담벼락 찾아 더듬던 칼퀴손
부르튼 더듬이는 그대로 발바닥 뿌리 되어
오늘 푸른 지상에
노래하며
이렇게 서 있다
먼 여로의 지친 날개서
인동초 향기 그윽하누나
이제사 옥반지 올리니 한사코
밀어 내며 마다했다
엄마 손 닮은
나의 더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