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손 - 박순분
발길 뜸한 찻집
찾아든 길손
소나기 쏟아지듯
장작난로 위에 주전자 물 끓어대고
오랜 지인처럼 나무의자에 마주앉아
허물 없이 주고받는 넋두리가
국화차 향에 실려 빈 맘 채워 주고 있다
낯선 친절에 허허로움 삭일 즈음
창에 비친 노을이 그의 등을 떼밀어
떠날 차비 서둘게 하고
지는 해 묶어 놓고 잡고 싶은 마음 애써 감추는
마담의 애처로운 눈빛이 울먹이고 있다
혹여 이 길 다시 지나거든
잊지 말고 들러 주길 기약하며
배낭에 인연을 얹어 주고
그녀는 손을 흔든다
길손의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