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달 - 윤기일
캄캄한 내 마음 골짜기에
산울림 한 가닥 걸어두고 사라진 그대,
갓 피어난 박꽃 같은
얼굴 반쪽이 오롯이
허공을 건너오고 있습니다.
그대 살았던 집 지붕에 오래 머물다가
골목자기까지 내려온 뒷산 그늘
그 어둠의 그림자 밖으로 나서서,
환한 그대 눈물 한 방울로
내 온몸 젖고 젖도록
서녘 별빛을 밟고 서 있으렵니다.
먼동이 밀려와, 내 이마에 깊게 찍힌
그대 얼굴 반쪽이 묻혀진다면, 나는
너무 높아 쳐다볼 수가 없는
절망의 빛을 이고
허허벌판 끝을 넘어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