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숲으로 가라 - 이종순
가진 것 없어 허기진 마음 들거들랑
새벽 숲으로 가라
어슴한 허공에 새들이 길을 내고
수평선 너머 새 날을 몰고 와 빛을 뿌리면
숲은 경계를 해제한다
소나무와 상수리나무 사이
왕거미의 곡예로 전화선이 연결되고
견우성과 직녀성이
밤새 쏟아 내린 은하별의 밀어
찔레 순이 초록이슬을 털며 까치발을 든다
인동초 꽃향기 그윽한 오솔길
뻑꾹뻑꾹, 뜨음뜸, 두루루루, 짹
툭툭 불거지는 단음의 연주
악보도 지휘도 없는 자연스런 하모니
노천극장 빈 벤취가 쉬어 가라 손짓한다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생각될 때는
아침 숲길을 걷자
아직은 가격표가 붙지 않은 공기 속 미네랄
가난한 사람이나 노약자도 양껏 마실 수 있는
자연은 우리에게 공평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