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속에 빠진 기차 - 이희림
나는 잠 속에 빠진 기차다 답답하게 누르고 따갑게 파고
드는 아픔이 다가온다 부서진 자갈들이 검은 기름옷을 입
고 앙다물고 응시할 때 상대적 근성을 탓한다 내 궤도의 길
은 두 팔을 벌리고 기다린다 무거운 등짐을 지고 가는 길
멀리 평행선이 점점 희미하다 내일을 바라며 찾아가야 하
는 길 가로막은 침묵은 너만이 아니라며 길을 막고 흩뜨리
는 웃음을 보낸다 출발을 기다리는 기차는 가로누운 침목
쪼개어 흩어진 수많은 잔돌을 향해 화해의 몸짓으로 흔들
다 잠 속에서 꿈은 현실과 혼동을 만든다 몸체가 흔들리며
들려오는 소리에 잠을 깬다 기적 소리와 바퀴와 레일의 마
찰음을 듣고 안에 시린 무거운 생각 또 뜨거운 열기로 답
답한 마음 모아둔 모든 것을 옮겨야 한다 궤도 앞에 선다
꿈틀대는 힘이 남아 잠든 긍지를 깨운다 철길 가에 핀 노
란 금잔화 꽃이 탐스럽다 평행선이 먼 곳을 향하고 있어도
기차는 달려야 한다 키다리 해바라기 환히 웃으며 바라보
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