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보다 - 정유준
겨울로 가는 문턱에서 바다를 보다
잠진나루에서 배를 타고 눈 깜짝할 사이
조그맣게 누워 있는 풍경
그래도 재빠른 하루 발품으로 빠듯한
구석구석 깊고 아늑한 섬에 닿다
잠에 들어 있는 어촌, 철 지난 포도밭
길목을 가로지르는 구름다리에서
호룡곡산을 올라 하나개 해수욕장 반나절
국사봉을 넘어 실미까지는 두어 시간
실미는 무의 북쪽 코앞에서 물길을 열어
낯선 발길을 허락하다
물은 물이 되어 징검돌은 햇살에 반짝이고
따개비조개 다닥다닥 물샘 틈도 없이
돌다리 사방으로 단단하게 붙어서
새끼손톱만한 삶의 무게를 보여 주다
헛발질하는 몸부림 다음에
자기만의 방식이 있었음을 깨닫다
어느 새 물때는 젖어와 징검돌을 지우고
순간, 자벌레 기어가듯 실미는 멀어지다
겨울로 가는 바다는 금빛으로 빛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