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련암에서 - 유영애
감로수 흐르는 의상대 돌아
관음굴 눌러 앉아
세속 물 때 바라보고만 계시는가
법당 마루 사이로
출렁이는 바다 보인다기에
불전함에 천원 한 장
정신없이 넣고는
부처님 경친도 않고
엉덩이 쳐들고 바다 구경만 했네
작은 사각 구멍 아래 펼쳐지는
끝없는 세상
용트림 소리 들리는 암석굴
거센 파도와 닮은 삶의 조각들
거치없이 부서진다
절벽 끝에 홀로 서서
중생구도에 허리 휜 소나무
붉은 연꽃 속 관세음보살 얼굴에서
세상을 본다
-<빛난 시>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