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 장석남
1
마구 불려갈 수는 없는 것들이 모여 바람소릴 이루어
우리 연애가 젖는다 저 어둔 밤바람 속의 고요를 눈빛
푸르도록 가꾸어 바라보는 것이 이즈음 내 연애의 습관이다
2
먼 곳이 비로소 먼 곳이다 비 가고 남은 빗물 소리 몇 허나
먼 곳이 아주 먼 곳은 아니게 다시 빗물 소리 머리맡에 자꾸
쌓아둔다 귀밑머리가 하얗게
3
날 개어서 돌쩌귀에 정맥인 듯 파랗게 돋은 달 본다 불현듯
달은 참으로 떨어진 꽃잎처럼 여럿이다
-『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 2004.12.창비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