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노자의 안경 - 정다혜
눈을 뜨면 제일 먼저
아내의 안경을 닦는 남자
오늘도 안경을 닦아
잠든 내 머리맡에 놓고 간다
그가 안경을 닦는 일은
잃어버린 내 눈을 닦는 일
그리하여 나는 세상에서 가장 푸른
새벽과 아침을 맞이하지만
그때마다 아픔의 무늬 닦아내려고
그는 얼마나 많은 눈물 삼켰을까
생계를 꾸려가지 위해
안경의 렌즈를 갈고 닦았다는
철학자 스피노자
잃어버린 내 한족 눈이 되기 위해
스피노자가 된 저 남자
안경을 닦고 하늘을 닦아
내 하루 동안 쓴 안경의
슬픔을 지워, 빛을 만드는
저 스피노자의 안경
정다혜 시집"스피노자의 안경"[고요아침]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