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둥글다 - 박명용
지하도 입구에 납작 엎드려
구걸하는 여인의 어깨가 산맥처럼 둥글다
앞으로 내민 두 손이 둥글다
돈이 들어가는 양푼이 둥글고
그 속으로 떨어지는 동전이 둥글다
둥근 구두 뒤축들이 무심히 굴러간다
둥근 유방들이 보란 듯 출렁이며 굴러간다
더러는 둥근 꽃봉오리와 둥근 열매가
뎅그렁, 떨어져 적막을 깬다
구르지 못하고 언제나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
둥근 성벽 같은 여인
아니, 둥근 세상을 엎드려 복제한 여인
둥글고 새파란 가로수 잎사귀 하나
둥근 입에 물고 있는지 몰라
집에 가면 둥근 고정 못이 빠져나간
둥근 손잡이 문이라도 있는지 몰라
밤마다 둥근 세상 포근히 감싸 안고
사랑을 꿈꾸는지도 몰라
둥근 것이 없는 여인의 몸 둥글다
반년간 문예지 "한국현대시 "[한국현대시인협회刊]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