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골 자동커피판매기 - 김석환
밤골상회 앞마당 등 굽은 밤나무에 기대어 24시간 기다리다
주화 몇 닢만 밀어넣으면 쪼르르 가슴 열고 한 모금 씩 비우
면 비우는 만큼 물소리, 새소리, 밤꽃향기, 개구리 합창소리,
느티나무 잎새 새로 하늘빛 덤으로 채워주는데
공짜도 유분수요 첫 손님이
외상도 한계가 있지 않느냐
획, 종이컵을 뒤엎고 가는 산바람
주인 노파는 보이지 않는데
삐걱거리는 나무의자
새벽 안개 지우며 어디서
은방울꽃 흔드는 소리
-『시향』 2006.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