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만차 풍차와 똑딱이 - 장종국
좌망실坐忘室
눈높이 꽃무늬 벽지로 도배된 벽 태엽풀고 엉성하게
걸려있는…….
돈키호테 풍차 닮은 오래된 태엽시계
긴 창끝을 바람에 꽂아놓고 잠들어 있네
둘시네아 품에서 길고 짧은 창을 거머쥔 기사는
꿈꾸며 잠꼬대 하고 있네
산초는 고장 난 똑딱이라 우기지만
돈키오테는 일분일초 쉬지 않고 돌아가는 바람바퀴가
고장 난 것이라 외치는……
라만차에 찾아드는 마지막 밤
태엽 풀고 느즈러지게 잠자다 걸어온 자
모두를 환호하리
좌망실은 시인의 풍차가 쉬고 있는 방이라네.
-『경기문학』2007.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