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획一劃 - 장석주
초봄에 매화 꽃눈 돋다, 어제와 다른 하늘
내닫는 호랑이다, 호랑이 눈동자다, 저 꽃들!
아버지 가고 맞은 늦봄 천지에 모란꽃 붉다
벚 꽃잎 분분하게 무너진다. 저 끊긴 인연들
자다 깨다 설친 밤 개구리 떼 서책 읽는 소리
물 빠진 개펄에 혼자 서 있는 민댕이물떼새
오동은 곧고 소나무 굽었다, 무릇 금생이다
풍란이 허공에 붓을 친다, 획이 굽은 듯 곧다
하마 당신 올까, 무서리에도 꿋꿋한 까치밥
아, 살아 움직인다, 명월 아래 기러기떼 서체書體
매화 국화 다 진 뒤 초겨울 앵두나무 박새
가는 길에 꽃 없어 섭섭할까 가지마다 설화雪花!
-『세계의 문학』2007.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