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 울음 - 고영서
기린 울음소리를 들은 적이 있는가
동물의 왕국에서
큰 나무 잎새를 말아 넣는 기린이
어딘가 기형적으로 보이는 것은
한 번도 그 울음소리를
들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함부로 토해내지 못한 말들이
차곡차곡 쌓여
길어졌을
목
'기린' 하고 부르는 혀끝이
자꾸만 안으로 치닫는 것은
방목할 수 없는 그리움이
내 안에도
똬리를 틀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석양의 지평선에서
음머- 하고 터트리고 싶은
그 소리의 가없음으로
타는 노을
고영서 시집"기린 울음"[삶이 보이는 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