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범인 - 나태주
사람은 죽을 때 가장 착한 사람이 되고
가장 진실한 사람이 된다고 한다
마지막 숨이 넘어갈 때
정신이 조금 남았을 때
번갯불처럼 짧고도 빛나는
한 마디 말을 남긴다고 한다
그래서 장군은 장군다운 생애를 마치게 되고
시인은 시인다운 일생
화가나 음악가는 또 예술가다운 생애를
서둘러 완성하게 된다고 한다
그 가운데서도 내가 제일로 좋아하는 말은
어느 시골 무명시인이 죽으면서
자기 아들에게 남겼다는 이런 말씀이시다
인생은 허무한 거야
자네도 잘 살다 오시게.
나태주 시집"물고기와 만나다"[문학의 전당]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