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 - 허만하
늘 이만치 저마다의 목숨들이
피었다간 지고
졌다간 다시 피는
살아 있는 시간.
보이지 않는 끝없는 층계를
차근차근 밟아 오르는 발자국들이
저마다 그렇게밖에 있을 수 없는 자리를 잡고 있다.
그것은 벌써
아득히 먼 태초의 씨앗 속에 잠기어 있던 것이
이토록 눈물겹게
풀리어 나는 강물 소리다.
그날 그렇게 사라져간 목숨 들이
조용히 그만치 되살아 오는
시간의 물무늬.
그것은 스스로를 아득히 앞선 투명한 지대에서
언제나 그날처럼
굽이치고 있는
푸른 푸른 들길 같은 시작이다.
허만하 시선집[솔]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