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그림자 저절로 일그러지는 것도 - 양성우
저 강물이 잔물결로 쉼 없이 흐르는 것도
나와 같이 너를 한순간도 잊지 못하는 까닭이리.
물안개 스치는 연초록 긴 둑길,
여린 풀잎들이 저마다 뒤척이며 두런거리는 것도
나와 같이 너를 몹시 그리워하는 까닭이리.
희고 붉은 꽃잎들은 어찌하여 여기저기
흐드러지게 피는 것이냐
저 꽃잎들이 소리 없이 피었다가 지는 것도
나와 같이 너를 가슴 깊이 사랑하는 까닭이리.
저 강물에 산 그림자 저절로 일그러지는 것도
나와 같이 너의 모습 머리카락 하나도 지우지
못하는 까닭이리.
양성우 시화집" 길에서 시를 줍다"[랜덤하우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