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 - 이성목
높고 긴 담장 아래서
유리 조각 박힌 어깨를 넘보네
그대 사는 집
담장을 기어 넘으며
넝쿨 장미처럼 붉게 가슴 베어도 좋았을
내 스무 살의 짙은 그림자
둘둘 말아 거두어 가려 할 때
오래 앓던 그대 하얀 얼굴로 밖을 보네
내가 차마 넘볼 수 없는
그대 사는 집
문 굳게 잠겨 있어도 알 수 있네
담장의 유리 조각
칼보다 더 깊게 눈길에 박혀도
볼 수 있네. 그대
손가락 깨물어 담벼락에 흩뿌린 말들
내 눈에 그렁그렁 고여 들어
이렇게 맑은 눈물
멈추지 않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