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택배꾼의 노래 - 민영
종로에서 서울역으로
서울역에서 이태원을 지나
강 건너 빌딩 숲으로
때묻은 돈 몇 푼을 움켜쥐려고
발바닥이 닳도록 뛰어다닌 날은
유별나게 배가 고팠다.
초겨울의 늙은 해는
가쁜 숨 몰아쉬고 조반 먹은
배가 꺼져서 등줄기에 붙었건만
입 속이 깔깔해 식욕이 나지 않았다.
아내여, 문간방에 홀로 앉아
신세타령을 하고 있을 아내여,
거산에 해 지거던 등을 달거라
대문 앞 자귀나무에 등불을 달거라!
시와 문화 [2007년 여름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