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 - 최문자
위암 말기라고 했다
새카맣게 탄 말을
잘도 삼키더니
묻는 말에
대답 한마디 못하고
혓바닥에서 푹 꺼진다
손목을 잡아주었다
가물가물한 체온이
이미 진흙을 덧바르고 있다
찌르르 말이 흐른다
불붙다 쓰러진 말
연기에 그을린 문장
억지로 말문을 닫을 대마다
시계를 보며 시각을 읽었으리라
아무것도 모르는 숫자를 읽으며
삼켜버린 말들
그때,
누군가가 가슴을 내밀고
받아 적었어야 했다
손목에 차고 있던 그 말을
최문자 시집"그녀는 믿는 버릇이 있다"[랜덤하우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