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 - 이희정
붕어의 삶은 늘 시원 할 것 같다.
비늘 위에 닿는
무한한 촉각의 영원성을 떠올리는
이 아침이 매끄럽다.
고기를 만져본 적이 있다.
아주 잠깐 이지만 말이다.
슬픔 같은 게 만져졌다.
우리들 삶의 둘레에 이끼처럼 달라붙어 있는
그 슬픔 말이다.
어쩌면 그런 의미에서
우리집 옆집의 횟집은 그 슬픔을 미리 알고
자르거나 베어버린 정의의 투사인지 모른다.
나는 어제도 그 슬픔을 먹는 시간이 있었다.
슬픔아, 매끄러운 슬픔아,
다시 소생하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