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 - 김승희
돈 속에 아버지의 뼈가 보인다
돈 속에 어머니의 손톱이 보인다
돈 속에서 육친의 신체 일부를 보는 눈은
막막하다
돈 속에 아버지의 쓰러진 논두렁이 보인다
돈 속에 어머니의 파란 하지정맥류가 보인다
돈 속에서 육친의 질병을 보는 눈은
먹먹하다
자석이 자석을 끌어당기듯이
돈이 돈을 끌어당긴다
부유가 부유를 끌어당기고
병이 병을 끌어당긴다
그것이 메시지다
누가 먼저 술잔을 돌렸는지 알 수 없지만
원무를 추듯 자기들끼리 손을 잡고 빙빙 돈다
구름이 걸린 창문 하나 있는 것도 사치다
김승희 시집"냄비는 둥둥"[창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