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만에 걸려온 전화 / 임보
이런 전화를 받아본 적이 있는가?
열두셋 때의 시골 초등학교 동창생으로부터
문득 걸려온 전화
저녁 식탁에서 홀로 매실주 한잔 마시고 있을 때
그것도 여자의 목소리
이름 밝히기를 머뭇거리면서
내 시를 읽고 전화를 했다는,
어렸을 때 공부도 잘했는데
출세해서 반갑다는 문안의 전화
시인이 무슨 출세인가 반문했지만
행복도 해라
시인을 아끼는 옛날의 친구가 있으니
시인이 된 것은 40년도 넘은데
얼마나 망설이다 이제야 전화를 했을까?
남자들 모임이 있으니
서로 연락해서 만나자고 했더니
대답을 하지 않는다
둘이만 만나자고 했더라면 혹 허락했을까?
하기사 이제는 다 늙어빠진
두 늙은이가 만나서 무엇 하리
희미한 기억들을 더듬어 가며
친구들의 근황을 서로 묻고
배우자와 자손들을 묻고
좋아하는 음식을 묻고
그리고 돌아가는 길을 묻고
서로 손을 흔들며
더 쓸쓸한 가슴들이 되어 헤어질 것을
(시와 상상 2006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