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나는 꽃 - 황정숙
새벽녘에만 핀다는
저 노란 앵초꽃에는
기쁜 이야기가 하나 있다
까치수염좀가지풀 같은 것, 참좁쌀풀 같은 것
기생꽃 같은 것
봄맞이 꽃, 큰앵초 꽃 같은 것에도
저마다 하나씩
기쁜 이야기가 있다
논밭 둑 길가 양지 언덕에
수양버들 물에 발 담그고
몸 가려워 긁어대는 봄날이면
나는
마치, 비눗방울이 터지는것 같은 귀여운 소리
그들이 여는 새벽이 열리는 문소리를 듣는다
습기 있는 숲 가장자리에서
넝쿨넝쿨로 매달린 비눗방울 속으로
제몸을 터트려
온 숲이 몸으로 봄을 알리는 파릇파릇한 소리를
나는 듣는다
*소리나는 꽃 --앵초과의 꽃으로 새벽녘에만 피는데
꽃잎을 열때 비눗방울 터지는 것 같은 귀여운 소리가 난다